우울하다.
우울하다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밤이 있다.
그렇다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밤, 갑자기 전화하여 오늘 내내 우울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친구 만큼이나 가까워져 버린 인스타그램에도 '지금' 내가 우울하다는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 마음을 트위터의 타래로 잇기에는 나는 그 짧은 글 안에 담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 너무 우울하다.
나의 이 우울감이 그저 '우울하다' 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이 두렵다. 내가 지금 얼마나 두려운 마음을 힘껏 억누르고 있는지 말할 수 없다. 쓸 수 없다. 단어로, 문장으로 나열할 수 없는 이 마음을, 그럼에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글을 쓴다.
8월은 너무 힘든 달이었다. 응급실을 가봤자 나보다 더한 응급환자들로 인한 대기로 3시간이 넘어갈 걸 알기에 잠 못 들고 아픔을 참는 밤이 있었다. 단 1초도 잠에 들 수가 없어 더위가 치솟는 여름 밤에 극세가 이불을 끌어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끙끙거리며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침대 위에 있을 수도 없고, 문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그 시간, 나는 혼자 바닥에서 신음하며 울면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면역력은 떨어질대로 떨어져있었고, 나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다.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먹고 끝나나 싶었더니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평소 기관지 건강이 약한 나는 아니나 다를까 매일 토하듯이 심한 기침을 했다.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말을 할 수 없으니 일은 강제로 쉴 수밖에 없었다. 프리랜서가 일을 쉰다는 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아파서 새벽에 깼다. 아프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새벽에 깼네, 너무 아프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아픈 줄 몰랐다. 30분이나 지나서야 내가 아프다는 걸 깨달았고 그제야 약을 먹고 다시 잠이 드는 새벽이 있었다.
마음이 짓밟히는 일이 있었다. 나는 왜 아직도 사람을 믿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실망하고, 사람을 믿고 사랑하고 실망하는 나 자신을 증오하는 일을 반복할까. 어차피 애초에 나의 행복에, 나의 마음에, 나의 아픔에 단 한 순간도 공감을 하거나 단 한 번도 마음을 써준 적이 없는 이에게 왜 나의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떼어 나누어 주었을까. 사실 믿지 않았다. 거짓말인 줄 알고 있었다. 오래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짧은 꿈이라도 좋다, 나도 그렇게 여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속이는 줄 알면서도 속고, 아플 걸 알면서도 아픈 길을 간다.
너무 아프다.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가 않는다. 웃으면서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한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은데, 언제쯤이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행복해질 수는 있을까, 산다는 게, 정말, 살아만 있으면 행복한 순간이 언젠가 오는 것이 맞나. 이런 시간들을 다 살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나를 너무 비참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마음이 그저 우울감이 맞나. 우울하다는 단순한 말로 내가 삼킨 말들을 다 쓰기엔, 너무 아프다. 누가 보든지 보지 않는지 상관 없을 이 여백에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생각만 해도 괴로워 숨을 쉬기가 어려운, 이게 우울감이 맞나.
모르겠다.
알고 싶지 않은 거 아닐까.
그것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에 오늘 죽고 싶었다고 쓰다가, 다시 지우고 힘들었다고 썼다.
사실 힘든 정도가 아니야. 나는 이제 힘든 것도 놓고 싶은데, 그래도 되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무얼 망설이는지도 모르겠어.
망설임만 없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젠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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