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숨'

코로나19 감염-격리해제, 그 후 한달

ㅅㅜㅁ 2022. 9. 12. 23:59

코로나19 감염-격리해제, 그 후 한달

 

8월 17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나는 빨리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싶었다. 평소 기관지가 약하고, 각종 염증으로 몸이 안 좋았으며, 몇 달 전에는 점막하종양을 제거하는 등의 일들로 영양 보충과 운동을 충분히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순서를 기다리며 그저 버티고 버텼다.

 

그런데 나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는다. 결국 걸리고야 말았다.

 


1. 첫 증상

 

나는 전날 갑자기 오한과 함께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퍼진 이후 각종 위험을 이겨내면서도 매 환절기와 겨울이면 후두염에 시달린 나도 단번에 알았다. 아, 이건 후두염이 아니다.

 

폐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침이 무서웠다. 목구멍에 거미줄처럼 가래가 진득하게 들러붙은 느낌이 들었고, 뱉으려 기침을 세게 해도 이물질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목은 빠르게 상해갔고, 물을 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2. 판정 이후

 

그날 오전에는 2차 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에 평소 다니던 이비인후과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갔다. 양성이었다.

 

2차 병원 진료를 취소했다. 그래도 그 전에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위의 증상에 맞춰 5일치 약을 받아서 귀가했다.

 


3. 섭취했던 음식

 

주변에 코로나를 앓았던 지인들의 말대로 2-3일이 너무 힘들었다.

 

토할 것 같은 기침은 계속 심해졌다. 기침을 세게 해도 가래가 뱉어지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기침을 약하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최소 1.5L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기침 할 때마다 물을 보충해서 마셨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던지라, 역시 프로 환자러답게 구비해 놓은 이온음료가 도움이 되었다. 물마저 토하고 싶을 땐 이온음료가 최고다.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무언가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걱정해주던 지인들이 본죽 배달과 레토르트 죽을 보내주었다. 소화기에 부담이 없으면 밥을 먹어도 되겠지만, 난 평소 위장이 좋지 않아 완전히 나을 때까지 부드러운 죽으로 식사를 대체했다.

 

기침은 너무 힘들고, 목이 심하게 아프고, 식욕이 돌지 않아서... 나는 꽤 많은 양의 과일주스를 배달 마셨다. 평소 내가 식욕이 없을 때 과일 주스를 찾는다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한라봉 주스, 수박주스, 포도주스, 오렌지 주스 등 온갖 생과일주스를 우리 집으로 배달시켜주었다. 마카롱과 브라우니 등 디저트와 함께.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들다. 모든 식사를 다 챙겨서 맞춰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주 아파본 사람은 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먹어야지만 아픈 시간을 빠르게 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평소에 자주 아픈 몸이라 이런 대비에 상대적으로 더 익숙했던 것 같다.

* 배달하거나 구비해두면 좋은 음식 ; 하루 1.5L 이상의 물, 물이 힘들면 이온음료, 소화기가 약하면 다양한 레토르트 죽, 과일주스, 가벼운 간식

 


 

4. 증세의 변화

 

1~3일 차
: 백신을 3차까지 맞아서 그런지 나는 28-29도의 고열은 앓지 않았다. 그럼에도 27도 언저리가 되면 온몸을 누가 때린 것마냥 극심한 근육통에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아침-점심-저녁 이렇게 3번이었으나, 새벽에 아파서 신음하면서 깨곤 했다. 첫날 그렇게 경험을 하고 나서, 2일 차부터는 자기 전에 8시간 지속된다는 해열제를 먹고 잤다. 그러니 새벽에 아파서 깨는 일 없이 무난하게 잘 넘어갔다.
기침은 너무 심했다. 목이 너무 상했다. 3일 차까지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서 입을 여는 것이 무서웠다. 토할 것처럼 기침하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온몸이 근육통이었다. 내 몸인데도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움직이면 아프고 어지러웠다. 꼼짝없이 누워있었다.

 

4일 차
: 더 이상 열은 나지 않았다. 해열제도 따로 먹지 않았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평소에 기관지가 약해서인지 여전히 기침이 심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하는 직업인데 말이 나오지 않으니 일을 할 수가 없어 결국 발병 이후 6일간의 업무를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식욕이 오르지 않았다. 죽을 먹었다.

 

5-6일 차
: 심한 기침은 줄어들고 서서히 잔기침으로 완화되었다. 목이 따끔거리고 아프지면 견딜만 했다. 목소리도 조금씩 나왔다.

식욕이 조금 생겼다. 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아픈 내내 과일주스를 마신 덕에 쉽게 식사를 전환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약 보름 경과
: 잔기침은 계속 남아 있어서 약을 5일치 더 처방 받아 먹었다. 기관지 확장 패치를 붙인 게 숨쉬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일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후유증이 느껴졌다. 그건 무기력감과 운동신경 저하. 뛰거나 빠르게 움직일 때 온 몸에 추가 달린 것처럼, 나는 움직이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무기력감에 한동안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기는 것에 마음이 힘들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증세를 호소했다.

 

한달 경과

: 잔기침은 거의 그쳤지만 이따금씩 목 안의 어느 부분이 따끔거리거나 먼지가 낀 느낌이 늘어 기침이 나올 때가 있다. 약을 먹거나 패치를 붙일 정도는 아니지만, 쉽게 증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무기력감은 많이 나아졌지만, 신체 둔화는 여전하다. 아무리 운동을 한동안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신체적 둔화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라 당혹스럽다. 그래서 걷기로 체력을 좀 올린 후 어플을 깔아 달리기를 조금씩 해볼 생각이다. 어쩔 수 없지, 이 증세를 이겨내는 수밖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내가 기억해두고 싶어서 남기는 나의 코로나19 기록.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과 함께 혼자 아프면 서러운 1인 가구들 모두 잘 극복해내면 좋겠다.

 

그럼 이만, 마침.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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